1월에만 18% 빠진 KRX헬스케어, 전통제약사 구원투수 될까

국내 주요 전통제약사들이 2월에 자체 신약의 미국 진출 이슈를 앞세워 지난 1월 최악의 주가 폭락을 기록한 업계 구원투수로 나선다. 시장 불확실성 가중과 업계 신뢰도 악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얼어붙은 투심을 업종 본연의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는 신약개발로 타개한다는 목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76,000원 ▼500 -0.65%)과 GC녹십자 (114,400원 ▼3,200 -2.72%), 한미약품 (313,000원 ▼3,500 -1.11%) 등은 연내 각 사별 신약을 통해 미국 허가 도전에 나선다. 일부 품목의 경우 재도전에 나서는 만큼, 미비점 보완 등을 통해 허가 가능성을 높인 상태다.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10%)은 후보군 중 가장 먼저 허가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이후 두 차례 보완 요청 끝 세번째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비대면 공장실사까지 마쳤다. 다음달 말이 허가 여부 통보 마감기한이다. 업계는 공장실사 이후 제조공정의 문제가 있는 경우 곧바로 통보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녹십자의 이번 도전에서 제조공정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IVIG-SN 10%의 FDA 허가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녹십자의 모멘텀"이라며 "연간 8조원에 달하는 북미 혈액제제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출시 이후 실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은 미국 시판허가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현지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지난해 12월 비소세포폐암(NSCLC)을 적응증으로 신약시판허가신청서(NDA) 제출을 완료했다. 스펙트럼이 FDA와의 사전 미팅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마친 뒤 NDA를 제출했고, 패스트랙 지정된 품목인 만큼 이르면 상반기 허가도 점쳐진다.


회사의 첫 바이오신약인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도 미국 허가 재도전에 나선다. 지난 2012년 스펙트럼으로 기술이전 된 이유 2018년 12월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이듬해 3월 FDA 추가자료 보완을 위해 자진 취하했다. 이어 같은해 10월 품목허가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지난해 상반기 생산시설 실사를 받았지만, 보완요청을 받으며 허가가 밀렸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스펙트럼은 1분기 내 롤론티스 허가를 재신청할 예정이다. 스펙트럼은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연내 보완사항 개선 완료를 자신한 바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허가 이후 출시가 완료된 상태다.

유한양행 소속 연구원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상반기 허가신청이 예상된다. 미국 얀센에 지난 2018년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한 품목이다. 지난해 '렉라자'라는 이름으로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얀센이 진행 중인 병용 3상, 유한양행이 진행 중인 단독 3상 결과에 따라 패스트트랙 지정도 가능하다. 패스트트랙은 FDA의 신약 신속심사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심각한 질환의 치료제로서 기존 치료법이 없거나 효과가 부족한 경우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다양한 개발 지원은 물론, 심사 검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얀센은 현재 조건부 허가 신청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허가까지 내다 볼 수 있게된 셈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연초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 상황 속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태, 신라젠 상장폐지 결정 등 굵직한 악재들이 줄을 이으며 투심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30일 3721.17로 장을 마쳤던 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달 28일 3040.22로 680.95p 떨어졌다. 한달 새 18.3%나 내렸다. 최근 3년내 가장 큰 월간 낙폭이다. 특히 지난해 내내 지속된 내림세에 연초 반등을 기대했던 업계는 때아닌 겹악재에 혹독한 연초를 보내는 중이다. KRX헬스케어 지수의 최근 1년 낙폭은 37.6% 수준이다.

때문에 업계 선도 제약사로 꼽히는 대형사 품목의 미국 허가는 얼어붙은 분위기를 녹일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악재에 산업 신뢰도가 저하된 상태에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내 국산 신약 허가가 기술력 입증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가 코로나19(COVID-19) 국면 이후 제약·바이오 업계 과제로 꼽은 '업계 본연의 가치 부각'에도 부합하는 호재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에 전세계적 확산세가 거세진 코로나19는 또 다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지 공장실사를 위해 국가간 이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FDA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부 실사 일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FDA 허가 기대 품목들의 대다수는 당초 지난해 허가가 전망됐지만 코로나19 인한 심사 연기와 일부 보완 등에 지연된 경우"라며 "전세계적 백신 접종률 등이 올라가며 서서히 재개되는 움직임을 보이던 FDA 심사활동이 오미크론 변이에 또 한번 제동이 걸리고 있어 당초 예상 대비 허가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