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어쩌나…韓 러시아 제재 동참에 수출길 막힌다

우크라 발전소 폭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당장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 제재에 돌입했고 한국도 이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들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도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급격히 뛰면서 연초 무역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약 12조원)로 전체 교역국 가운데 12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6440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다. 같은기간 수입은 173억5700만 달러(20조9000억원)으로, 교역순위는 9위, 수입 비중은 2.8%에 달한다. 전체 교역량을 기준으로보면 한국의 10대 교역국이다. 우크라이나와의 교역량은 연간 9억 달러(1조원) 수준이다.


한국과 두 나라 간 절대적인 교역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비중은 높다. 특히 자동차와 부품은 전체 러시아 수출의 40.6%를 차지한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26억8200만달러(3조2000억원) 규모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에 나섰고, 한국도 이에 동참키로 하면서 자동차 외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부문의 타격도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는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의 품목 및 기술에 대해 러시아로의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미국산 기술·SW(소프트웨어)을 활용한 제3국 생산제품에 대한 역외통제(해외직접제품규칙, FDPR)를 실시한다. 이는 특정 미국산 기술·SW를 활용해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장비로 생산한 제품을 '해외직접제품(FDP, Foreign Direct Product)'으로 규정하고 미국산으로 간주해 대 러시아 수출시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은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칩 공급망을 제한하기 위해 해당 규정을 활용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의 기술이나 SW, 장비 등을 사용하고 있는 국내기업이 만든 반도체와 스마트폰, 태블릿PC는 물론 대형 모니터와 가전 등은 금수 대상 목록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와 LG전자 (97,900원 ▼900 -0.91%) 등은 러시아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해 주요 가전제품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한다면 수출대금을 결제할 수 없게 되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교역 중단에 따른 국내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 정부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직접적인 교역량 감소 피해 뿐 아니라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 등에 따른 간접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연초부터 이어진 국제수지 적자폭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4월 인도분은 배럴당 0.90달러(0.98%) 오른 93.00달러(11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00달러(12만원)를 넘어서기도 했을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는 48억9000만달러(5조9000억원) 적자를 내면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적자폭을 기록했다. 이달들어서도 지난 20일까지 16억7900만달러(2조원)를 기록했다. 올해들어서만 적자규모가 65억69000만달러(7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범정부 비상 TF(태스크포스)를 매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동향을 일일 점검하고, 상황별 대응조치 등을 즉각 시행키로 했다. 수출신용보증 무감액 연장, 보험금 신속보상(2개월→1개월내), 가지급 등 피해기업 무역금융 지원을 즉각 개시 등 피해기업에 대한 우선 지원방안 시행한다.

대 러시아 제재 등에 따른 수출입 피해기업을 위해 필요시 긴급금융지원 프로그램(최대 2조원, 향후 상황에 따라 가변적) 마련해 시행한다. 미국의 금융제재의 국내영향을 점검하고 수출대금 등의 거래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한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비축유 공동방출 추진시 협조 등 국제사회의 에너지 수급안정 노력에 동참하면서 분야별 수급대응체계 즉시 가동 등 국내수급도 철저히 관리키로 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한국무역협회,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유관기관과 주요 업종 협·단체를 대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애로를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여 본부장은 "산업부에서 대 러시아 수출기업 대상으로 수출통제 관련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운영중인 전략물자관리원 내 러시아 데스크 등을 적극 활용해 달라"며 "미국의 수출통제 관련 국내 기업의 파장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