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모라토리움 철폐·신냉전'…시험대 오른 새 정부

새로운 대통령은 주변국 정상들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시계추를 거꾸로 되돌리는 와중에 선출됐다.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가뜩이나 G2(미국·중국) 갈등으로 복잡한 동북아시아 정세를 '신냉전'으로 이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갈등으로 전세계가 양분된것과 마찬가지로 긴장된 순간이 되돌아왔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치권의 오랜 숙제로 '통합'이 꼽혀온 것과 대조적으로 전세계 각국은 사실상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하느냐'는 고민이 한창인 것이다. 9일 선출될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도 오는 5월 취임하면 신냉전의 막이 오른 시기에 국운과 직결될 수 있는 '결단'의 순간들과 직면한다. 대선 과정에서 드러낸 외교·안보관을 대북 문제·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4강국(미·중·일·러)과 관계에서 어떻게 관철하느냐가 관건이다.
北은 모라토리움 파기 가능성…임기초 '정권 길들이기'도 고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가 (2월) 28일 폐막했다"고 1일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대회 마지막 날 "심부름꾼 역할"을 촉구하는 결론과 폐회사를 했다. 이번 초급당비서대회는 2016년 12월 이후 5년여 만인 지난달 26일 개막해 사흘간 진행됐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직면했다. 이런 '정권 길들이기 차원'의 북측 시도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당선인도 임기 초부터 북한의 위협으로 긴장된 국면을 맞게 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이미 올들어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미사일을 9번이나 시험 발사했다. 2018년 북측이 선언했던 핵실험·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움(유예) 파기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총비서는 미국을 향해 군사력 강화와 관련한 이중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해 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전술핵 능력을 굉장히 고도화했고 실전 배치까지 완료했다"라며 "확실한 비핵화 목표를 세우고, 미사일 도발을 어떤 방식으로든 중지시키고, 북한 미사일에 대한 억제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했다.
G2 패권경쟁 한복판…'결단의 순간' 임박 관측도

(슈페리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 (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슈페리어의 대학에서 인프라 법안 홍보 연설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기 싸움은 경제·외교·안보 등 각 방면에서 G2 패권 다툼을 격화시켰다.

미국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 반중국 연대 동참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한국이 힘을 싣기를 바라고 있다. G2 갈등이 군사분야에서 첨단산업·기술 경쟁으로 경쟁이 확대된 것이다. 미국 측은 반도체 등 전략물자 공급망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중국 연대 행보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화약고'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는 대만 해협과 관련해서도 '항행의 자유'를 외치는 미국과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는 중국의 입장은 엇갈린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현지시간) 건국 72주년 국경절을 하루 앞두고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연회에 리커창 총리와 도착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박근혜 정부때부터 문재인정부때까지 한국의 대(對) G2 전략은 일관적이지 않았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는 "요청·협의·결정 없음"이라며 첫 번째 3NO를 외쳤다가 북한의 핵 위협으로 결국 배치를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추가 배치·MD 참여·한미일 군사동맹 없음"이라고 두 번째 3NO를 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에 자유민주 국가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이 때는 노골적인 친중 외교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해협을 다루면서 중국의 반발을 샀다.

문제는 G2 사이에서 이런 '줄타기 외교'가 앞으로도 가능하느냐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몰고 가고 있어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미중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쪽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러는 우크라 침공…제재 행렬

(AFP=뉴스1) 이동원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선포하고, 서방의 분노와 세계적인 호소에 저항하며 그곳의 군인들에게 무기를 내려놓지 말 것을 요구 전쟁을 개시하다. 사진은 2019년 2월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는 모습. (C) AFP=뉴스1

과거 세계를 주름잡았던 옛 소련 '영광의 시대'의 재현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세계적 규탄에 직면했다. 당선인이 국제사회의 대응과 어떻게 보조를 맞춰 나갈지도 관건이다.

정은숙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명예 연구위원은 "많은 경우에 남·북·러 3각 경협, 북한의 비핵화 기회를 러시아랑 같이 만들어보려고 노력을 해 온 것 같다"면서도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제재받는 등 배경으로 실질적 협력이 어려웠다는 점을 언급했다. 정 명예 연구위원은 "제재를 받는 국제적인 행위자들과 우리가 같이 무엇을 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우경화 논란' 日과는 '영원한 과거사' 갈등 어쩌나

(도쿄 AFP=뉴스1) 금준혁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전 정무조사회장이 29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C) AFP=뉴스1

독도·과거사 갈등 등으로 경색 국면을 이어온 일본과 관계 개선도 숙제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전 총리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는 정상회담을 단 한 번도 갖지 못할 만큼 한일 관계는 꼬였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에 대한 대응도 관건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속한 자민당은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하는 한편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받은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 위배 논란이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추진해 왔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제징용문제, 수출규제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부분이고, 한일 간의 교류도 코로나 영향은 있지만 줄어들어 원상복귀시키는 게 과제"라고 했다. 우경화 논란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어 당장 시행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필요시) 한국이 어떤 우려를 가졌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