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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김재철과 상징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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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9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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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밖을 보지 않고 안만 보고 의사결정을 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적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적절하지 않아서 평판이 나빠지는 경우도 많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이하 동원엔터)의 합병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핵심쟁점은 동원엔터 1주당 동원산업 3.84주로 산정한 합병비율이다. 투자자들은 김재철 명예회장과 김남정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99.56%의 지분을 소유한 동원엔터 가치는 높게, 동원산업의 가치는 낮게 평가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일반 주주의 몫이 오너 일가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동원그룹은 상장사인 동원산업의 가치는 기준시가(주당 24만8961원)를 활용했고, 비상장사인 동원엔터의 가치(주당 19만1130원)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하는 방식을 썼다. 근거는 자본시장법 시행령(176의5)이다. 이 조항은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합병할 경우 기준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정하되,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을 경우 자산가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자들은 동원산업의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순자산가치(38만2140원) 대신 기준시가를 취했다며 반발했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적어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으로 기업가치를 정하도록 한 취지를 역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을 따랐으되 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반면 동원그룹은 '주가는 기업의 객관적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동원엔터의 본질적 가치가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종속기업 주식의 시가를 적용했으니 동원산업도 기준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동원산업의 5개년 평균주가가 25만원대, 3개년 평균주가가 22만원대여서 저평가된 시점에 추진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투자자들은 2차 전지 사업 진출로 동원시스템즈의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되받아쳤다.

시장은 이 일을 '기업지배구조 리스크'가 한국 자본시장의 아킬레스건임을 환기시킨 사건이라고 본다. 동원그룹은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회장의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금융지주)가 자본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합병비율 계산이 시장의 리더가 되려는 한국금융지주의 지향점과 배치되지는 않는지 따져 봐야 한다.

이용우 의원(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까닭도 동원그룹은 곱씹어야 한다. 개정안은 합병가액이 불공정하게 결정됐을 때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고자 주가 외에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그는 한국금융지주 계열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였고, 한국금융지주가 2대 주주인 카카오뱅크의 대표를 지낸 범 동원가 출신 인사다.

[광화문]김재철과 상징자본
무엇보다 동원그룹이 인식해야 하는 것은 기업규모나 재계 순위 이상인 한국사회에서의 존재감이다. 공병호 박사는 저서 '김재철 평전'에서 "동원그룹은 대한민국에서 귀감이 되는 기업집단이다. 좋은 회사,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를 꼽으라면 동원그룹은 빼놓을 수 없다."는 한 학자의 언급을 인용했다. 동원엔터를 모범적 지주회사 전환의 예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세평은 김 명예회장의 삶에서 비롯된다. 바다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캡틴 김'의 역량, 그 경험을 알리고자 쓴 글이 교과서에 실린 스토리, 선장에서 기업가로의 성공적인 변신, 거액의 증여세를 국세청에 자진납부한 일화, 무역협회장으로서 보여준 공적인 기여와 헌신 등으로 그와 동원그룹이 얻은 '상징자본'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김 명예회장은 안보다 밖을 보던 사람이었다. 원양을, 사회를, 국가를 보던 사람이었다. "내 입에 넣기 전에 남의 입에 먼저 넣어 주어야 한다"는 김 명예회장 부친의 철학도 안이 아니라 밖을 향해 있었다. 동원그룹이 안을 보다 밖을 놓친 건 아닌지 살펴 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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