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CCTV 없어"...제빵공장 20대 사망 사고, 참고인 조사

17일 오전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 평택공장 앞에 마련된 평택 제빵공장 사망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의 분향소에서 근로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경기 평택에 있는 SPC그룹 계열 SPL(에스피엘)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는 대로 신속하게 관계자를 입건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과 관련해 SPL의 기존 사고 사례 등도 파악 중이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설명회를 열고 "수사전담팀이 철저한 원인조사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고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할 것"이라며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기지청, 평택지청, 산업안전보건본부 근로감독관 등 총 18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수사전담팀은 안전보건 관리책임자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와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SPL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현재 수사팀은 안전관리자 등 현장 관계자와 동료 근로자를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아 조사 중이다. 산안법과 관련해선 정확한 법 조항 특정을 위해 사고 당시 재해자의 정확한 작업 상황이 구체적으로 파악돼야 하지만, CCTV(폐쇄회로TV)가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놓고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법 위반과 관련해 최 정책관은 "SPL 공장에서 약 일주일 전에도 유사 사고가 발생했었고, 그밖에도 다른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지를 파악 중"이라며 "유해·위험요인 확인 등 근로자 의견 청취 등에 대해서도 반기 1회 점검과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인1조' 작업이 법령에 안전조치로 규정돼있지는 않기 때문에 산안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회사에서 혼합기 작업시 '2인1조' 작업을 내부 지침으로 정해뒀다면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SPC그룹 경영책임자에게도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SPL이 SPC 그룹의 계열사이긴 하지만 독립된 기업으로 보여지고 경영책임자가 따로 있기 때문에 SPC 대표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파리바게트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17일 오전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 평택공장 입구에서 'SPL 평택공장 사망사고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책임자 엄정수사 촉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서 고용부는 사고 발생 당일 SPL 평택공장에 경기지청과 평택지청 근로감독관을 즉시 파견하고 오전 9시10분쯤 사고가 발생한 공장의 혼합기 9대 가운데 혼합기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장치인 자동 방호장치(인터로크)가 없는 혼합기 7대를 사용하는 작업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당시 자동방호장치가 설치된 2대는 작업중지 명령이 제외됐다. 이후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현장을 방문한 뒤 재해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기 전까지 자동 방호장치가 있는 혼합기 2대도 추가로 작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동료 근로자의 트라우마를 고려해 샌드위치 공정 전체에 대한 작업 중지도 권고했다. SPL 측이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혼합기 2대를 통해 샌드위치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근로자들의 트라우마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현재는 사측이 권고를 수용해 해당 공정작업을 중지한 상태다. 사고가 발생한 샌드위치 공정 작업자들은 7일 동안 유급 휴업에 들어갔다. 필요시 유급휴업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야간작업자 11명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공단에 트라우마 치료를 의뢰했다. 이후 사고가 발생한 3층 작업자 중에서도 희망자를 받아 치료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5일 오전 6시20분쯤 SPL 평택공장에서 근무 중이던 근로자 A씨(23)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를 혼합하는 혼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혼합기에 상체가 끼어있는 상태로 발견돼 현장에서 사망했다.

A씨는 높이 1m가 넘는 혼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도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A씨 외에 다른 근로자 1명이 있었지만,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입사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원청 근로자로, 어머니와 동생 등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