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광화문]'겉멋'에 취해 '펀더멘탈'을 잊었다

머니투데이
  • 박재범 증권부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23,497
  • 2022.10.25 04:25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 대한민국 경제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갖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의 경험이다.

그 이후 미국, 유럽, 남미 등에서 작은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옷깃을 여민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다. 뼈저린 고통에서 배운 교훈이다.

외환보유액, 단기 외채 등을 철저히 관리한다.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입장은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다. "외환위기 때와 다르다"는 말도 틀린 게 아니다.

대외 건전성, 재정 건전성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외환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둔 정부 입장에선 근거있는 자신감이다. 먹구름이 끼면 외환 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세심하게 챙긴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위기는 같은 방식으로, 같은 내용으로 반복될까. 기출 문제에서만 출제된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 이번 문제는 복잡하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글로벌 긴축, 경기 침체 등이 뒤섞여 있다. 창과 방패, 모순(矛盾)의 방정식이란 난제다.

미국보다 앞서 2021년 8월 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한 한국이다. 가계부채, 집값 등에 대한 걱정을, 시장도 이해했다. 그 다음이 충격의 시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는 매우 공격적이고, 매우 빨랐다.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이어졌다. 정부와 한은은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전에 미국 연준만 보며 뒤따랐다.

한국 정부는 언제나 그랬듯 '외환 관리' 매뉴얼을 펼쳤다. 한미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입을 걱정했다. 한은도 물가보다 환율을 먼저 의식했다. 7월과 10월 각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올리는 '빅스텝'을 선택한 배경이다.

# 익숙한 문제 풀이 속 정부는, 한은은 자신했다. "펀더멘탈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근본적 질문을 잊었다. "정말 감내할 수 있는지…".

외환위기 때 처방인 '고금리'를 다른 국면에서 처방하면서 환자들의 몸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외환 관리 실패'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정부는 대외 건전성에만 주목했다.

한은은 기준 금리 인상 외 다른 문제풀이 방법을 고민하지 않았다. 가계부채가 최대 관심사인 금융당국은 금리인상을 조용히 즐겼다.

모두 '빅스텝'의 겉멋에 취했다. 그 결과, 우리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과도한 외환 관리가 만들어낸 내부 유동성 고갈이다. 돈줄은 외부 충격이 아닌 정부와 한은에 의해 말랐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자생적 위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이행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방아쇠를 당겼다지만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중앙·지방 정부의 무능·무지가 결합한 결과였던 셈이다. 오히려 펀더멘탈의 민낯을 일찍 깨닫게 한 것에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지.

# 물론 글로벌 긴축 흐름 속 대한민국만 동떨어질 수는 없다. 영국처럼 혼자 튀다가 응급실에 갈 수도 있다. 다만 공조를 하더라도 펀더멘탈을 챙겨야 한다는 원칙을 간과한 것은 문제다.

부동산 침체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 은행·증권사의 유동성 등을 점검하지 않고 미국의 발걸음만 따라간다면 'Fed 출장소'에 불과할 뿐이다.

뒤늦게 '50조원 + α(알파)'의 유동성 공급책을 정부가 내놨지만 과한 약 처방 후 위장약을 챙겨주는 꼴이다. 체력을 확인한 뒤, 체력을 보완할 조치를 취하면서 했다면 고통도, 비용도 줄었을텐데.

정부, 한은은 이제 우산을 펼치고 텐트를 세운다. 비바람을 막겠다는 노력을 보니 마음이 아련하다. 하지만 시장은 묻는다. 그 정도로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 사실 우산과 텐트는 사전 준비용으로는 적합하지만 대응책으론 별로다.

그래서 더 과감하고 더 선제적 조치를, 시장은 바란다. 출발은 2022년 자금경색이 자생적 위기라는 인정에서부터다. 본질을 모르면 잘못된 처방이 나온다. 그 결과는 끔찍하다.
[광화문]'겉멋'에 취해 '펀더멘탈'을 잊었다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네이버 메인에서 머니투데이 구독 카카오톡에서 머니투데이 채널 추가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부꾸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