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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이재명 대표의 '천일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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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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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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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천일야화'(千一夜話)는 6세기 무렵 페르시아에서 전해진 1001일 동안의 이야기로 '아라비안나이트'라고도 한다. 왕비에게 배신당한 샤리야르 왕은 새 신부를 맞이하는 족족 다음날 아침 죽이는 악행을 벌인다. 극심한 여성혐오에 빠진 최고 권력자 술탄에게 매일 신붓감을 구해 바치는 일을 하던 고관대작의 장녀 셰헤라자데는 그 왕국에 신붓감이 떨어져갈 무렵 왕비가 되기를 자청한다. 현명한 그녀는 매일 밤 왕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왕은 그녀를 천하룻밤 동안 살려뒀다. 결국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자식까지 얻은 왕은 자신의 죄를 크게 뉘우치고 개과천선했다. 이 설화는 중동의 대표적 고전문학으로 알려졌으나 17세기 후반 프랑스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서양인의 동양에 대한 편견인 오리엔탈리즘으로 각색됐다. 페르시아의 원전에 유럽의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허구의 허구'인 셈이다.

허구의 허구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녹색 코드 비'(green raining code)로 잘 알려진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다. 때는 2199년 대부분 인간의 정신은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갇히고 그 몸은 기계들을 위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배터리로 전락한 상황이다. 1편에서 주인공 니오가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 압권이지만 필자에게는 빨간 알약(red pill)과 파란 알약(blue pill)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인간세계의 구원자인 것을 모르는 니오는 어렵사리 자신을 찾아온 모피어스를 통해 중요한 선택을 한다. 빨간 알약을 선택하면 '거짓 같은 진실'의 세계인 지하 저항도시 '시온'으로 가고 파란 알약을 선택하면 '진실 같은 거짓'인 매트릭스 세계에 남게 된다. 모피어스 일행을 만나기 전부터 진실에 대한 갈망을 느끼던 니오는 빨간 알약을 선택한다. 4편까지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니오는 매트릭스와 그 시스템 바이러스인 스미스 일당과 싸우며 연인 트리니티와 동족을 구한다.

정치의 세계는 술탄이나 매트릭스의 세계만큼 냉정하다. 이재명 대표 같은 거물 정치인의 스토리텔링이 극렬 지지자가 아닌 일반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는다. 2021년 7월1일 더불어민주당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대선후보 경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를 거쳐 국회의원, 그리고 당대표가 됐다. 그의 리더십 아래 민주당이 내년 4월10일 총선을 치른다면 '이재명판 천일야화'가 될 법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요즘 부쩍 스토리텔링에 열심이다. '검찰의 미친 칼' '강압수사' '대일 굴욕외교' 등 여권을 향한 거친 비난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으리라. 하지만 사법 리스크에 빠진 그의 목소리는 더이상 울림이 없다. 그를 니오로 여긴 친명계 내에서도 '질서 있는 퇴장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거짓 같은 진실'의 강을 건널까. 아니면 '진실 같은 거짓'의 세계에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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