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 코코본드의 두 얼굴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rain@

코코본드가 뭐지? 10여년 전 국내 시중은행들이 코코본드 발행에 처음 나섰을 때 난생 처음 듣는 희한한 채권이름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에 대해 여기저기 묻고 다녔다. 평소에는 채권으로 분류돼 거래되다 발행사의 자본건전성이 나빠져 위기상황이 오면 주식으로 전환되는 채권을 말한다는데 개념이 좀 어려웠다. 아무튼 금융사가 망할 처지가 되면 주식으로 바꿔봐야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2014년 우리은행과 JB금융지주 등이 국내외에서 코코본드 발행에 나섰을 때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잇따랐다. 고수익, 고위험으로 대표되는 코코본드의 두 얼굴 때문이다. 하지만 우량한 대형은행들이 자본확충의 비밀병기로 삼아 발행에 나서고 그게 시장에서 소화되는 만큼 위험성에 대해 '설마'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우리에겐 생소했지만 이미 글로벌 은행들엔 익숙한 조달수단이었다.

그런데 2016년 코코본드의 위험성을 본격 상기하는 이벤트가 발생했다. 그해 도이치뱅크의 코코본드 가격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유럽은행의 위기설이 돌았고 급기야 중국 등 다른 국가의 은행이 발행한 코코본드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고조됐다. 이미 위험성이 큰 채권으로 알려졌지만 '설마' 한 일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특히 도이치뱅크의 코코본드 이자 미지급 가능성이 도화선이 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결과적으로 이게 유럽은행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자본의 적정성과 별개로 언제든 시장의 심리적 불안감을 키울 위험성을 지녔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뱅크런 말고 본드런? 그런데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인수되며 글로벌 금융권 위기가 진화되는 듯했는데 이 과정에서 CS가 발행한 코코본드가 휴지조각이 되면서 채권시장이 다시 출렁였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은 막았는데 본드런(연쇄 채권매도)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졌다. 수십조 원의 채권이 이렇게 어이없이 허공으로 사라졌으니 투자자들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당연히 '상각' 위험을 체감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위축되거나 사라짐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장의 이러한 코코본드 불신은 국내 은행권에도 불똥이 튀는 분위기다. 물론 다수의 전문가는 이번 사태로 국내 은행이 위험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충분한 '상환능력'을 발판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단 불안감을 차단해놓고 위기상황을 점검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금융사들의 자본확충 비밀병기로 각광받은 코코본드가 때로 발행사의 건전성과 반작용을 일으키며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시장에서 주기적으로 코코본드 발행이 '약이냐 독이냐' 논쟁이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보완자본'은 말 그대로 '경영체력'을 보완해줄 뿐 근본적인 힘줄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