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테이블'에 앉은 의협, 안 온 간호협… 복지부 "직역 간 소통 좀"

3일 조규홍(사진 맨 왼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필수(맨 오른쪽) 대한의사협회장은 비공개 장소에서 만나 필수의료 지원 대책, 간호법안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사진=보건복지부

이달 중 예정된 간호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간호사와 의사 단체가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일대일 대화의 장'에 의사협회만 나왔다. 당초 대화를 추진했던 간호협회는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3일 복지부에 따르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모처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앞서 이필수 의협회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필수 의료 지원 대책, 간호법안 등 보건 의료계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예정"이라면서도 "오는 19일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기 위해 13개 단체가 결집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제2차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면담에서 조 장관은 이 의협회장에게 복지부가 지난 1월 31일 발표한 '필수 의료 지원 대책'의 이행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가 내놓은 '필수 의료 지원 대책'에는 ▶최종 치료를 책임지는 응급의료 체계 개편·확충 ▶주요 응급질환 신속 대응을 위한 병원 간 순환 당직제 도입 ▶중증 및 소아 진료 강화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 강화 ▶위험도·중증도에 따른 산모·신생아 진료체계 개편 ▶전공의 배치기준 개편 및 병상 관리 대책 마련 등 10대 주요 과제가 포함돼 있다.

이날 조 장관은 "현장에서 내실 있는 필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선 보건의료 직역 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협력해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 장관은 현재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안)'의 표결 전까지 대한의사협회가 보건의료 단체와의 대화·협의를 지속해줄 것도 당부했다. 조 장관은 "국민들께 안정적인 필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의료현장에서 보건의료인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정부도 보건의료 직역 간의 대화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간호사들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시위를 진행했다./사진=대한간호협회

당초 조 장관의 계획은 이날 서울 중구 한 한식당에서 오후 3시에 이필수 의협회장을 먼저 만나고, 같은 자리에서 오후 5시에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을 만나 대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경 복지부는 "조 장관과 김 간호협회장의 면담 일정이 잠정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날 조 장관과 김 간호협회장의 면담이 예정돼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두 수장의 면담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 복지부는 "대한간호협회의 요청에 따라 잠정 연기된 것"이라며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안)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원래는 이날 면담이 성사되면 조 장관은 김 간호협회장에게 현재 수립 중인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에 대한 제안을 듣고, 간호법(안)에 대해 관련 보건의료 단체와의 협의·소통을 촉구할 계획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대한간호협회장과의 면담이 추진될 수 있도록 대한간호협회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의사협회가 항상 약소 의료직역 단체들 뒤에 숨어서 이들을 조종하고 분열시키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면서 "의협의 행태를 보면 이들을 의사가 아니라 '배후 조종사','파업지도사' 등으로 불러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간호협회는 "의사협회가 민주당과 간호법을 관에 넣고 묻어버리자며 삽으로 흙을 퍼 관을 덮는 퍼포먼스를 벌이는가 하면, 토론하자고 했더니 간호조무사협회랑 하라며 뒤로 숨어 버렸다"며 "심지어 파업한다며 13개 의료직역 단체를 지도·조종하고 있으니 '배후 조종사'이자 '파업지도사'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도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