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연, 갈림길에서 택한 '가지마오' [인터뷰]

/사진=산수박엔터테인먼트, (주)수엔터테인먼트

가수 강혜연은 5년이 넘는 베스티 활동을 뒤로 하고 2018년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 트로트 가수 강혜연으로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건 2021년 '내일은 미스트롯2'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귀여운 외모로 '트롯다람쥐'라는 별명을 얻은 강혜연은 최종 8위로 프로그램을 마쳤다. 이후 정규앨범 '선데이혜연'을 발매하고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일 발매된 새 앨범 '혜성(彗星): 빗자루별'은 약 5개월 만에 선보이는 새 앨범이다. 타이틀에는 막연한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고 한 단계 성장한 강혜연의 새로운 음악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앨범 설명처럼 타이틀곡 '가지마오'와 수록곡 '아이야' 모두 기존 강혜연의 음악과는 결이 다르다. 강혜연은 이렇게 변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편견을 깨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아이돌 출신 트로트 가수'라는 이미지가 셌어요. 밝고 명랑한 것만 할 줄 아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변신하려고 낸 앨범이에요. 조금 더 성숙하고 노련한 트로트 가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트로트 가수로 5년 차인데 아직도 '전통 가요를 잘할까?'라는 의심을 가진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또 요즘 젊은 여자 트로트 가수들이 많은데 똑같은 음악으로 제가 튈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젊은 트로트 가수임에도 진한 트로트를 하는 모습으로 어필하고 싶었어요."

/사진=산수박엔터테인먼트, (주)수엔터테인먼트

타이틀 곡 '가지마오'는 19세기 초 미국에서 유행한 댄스곡 리듬의 '폭스 트로트'곡이다. 사랑한다고 해놓고 도망치듯 가버린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을 담았다. 수록곡 '아이야(iya)'는 강혜연의 깊어진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부터 변화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그런 와중에 '가지마요'를 작곡한 김정훈 작곡가님께 연락이 왔어요. 저에게 '지금 너는 묻히느냐 너만의 길을 가느냐 기로에 서 있는데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곡을 찾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하던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겹치더라고요. 그렇게 '가지마오'를 만났어요. 처음에는 멜로디도 쉽고 가사도 쉬워서 듣는 분들도 빨리 따라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녹음을 세 번이나 했어요. 더 하고 싶었는데 작곡가 선생님이 말리셨어요. '아이야'는 정규 앨범에서 '사진첩'을 함께했던 스웨덴 세탁소 언니들이 준 곡인데 그때보다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의 곡이에요."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지난해부터 시작했지만, 그 전부터 변화하고 싶은 이유는 있었다. 아이돌 출신 트로트 가수에게 보내는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었다. 강혜연은 아이돌과 트로트, 양쪽의 팬덤뿐만 아니라 업계 내부의 편견에도 수없이 부딪혔다.


"트로트 팬덤에서는 '왜 트로트판 와서 물 흐리냐'고 말하고 아이돌 팬들은 '돈 벌려고 트로트로 전향했다'고 말하더라고요. 또 '노래 그렇게 부르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제 나름대로 해석해서 부르는 건데도요. 아이돌 출신 트로트 가수라 다른 가수에게는 안하는 행동을 하는 게 속상했어요. 사실 아이돌 출신 트로트 가수들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고 생긴 것도 잘생겼는데 못한다고만 편견을 가지시는 게 싫었어요"


강혜연이 깨고 싶은 편견은 의지만 있다고 깰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트로트 가수로서 분명한 자신의 색깔과 음악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강혜연이 선택한 방식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 특히 강혜연은 '가사'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자신의 색을 찾는다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해야 할 리스트 안에서는 그게 제일 급한 것 같아요. 그래도 70~80년대 예전 음악들의 향수와 현대적인 트렌드를 합쳐보고 싶어요. 특히 예전 노래들을 들어보면 시적이고 비유적인 가사가 많잖아요. 저도 나중에 작사를 참여해 예전의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싶기도 해요"

/사진=산수박엔터테인먼트, (주)수엔터테인먼트

주변의 선입견과 별개로 아이돌 활동은 강혜연에게 큰 자산이 된 건 분명하다. 강혜연은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당시 아이돌로 활동하며 겪었던 경험들이 트로트 가수 강혜연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때 돈은 못벌었지만 값진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특히 경연('미스트롯2')를 하면서 느꼈어요. 짧은 시간에 안무, 노래, 팀원들과의 호흡, 이런 걸 맞춰야 했는데 저는 경험했던 거라 능숙하게 했거든요. 사실 아이돌 때 많은 팬분들이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했지만, 조금은 제 옷이 아닌 느낌을 받았어요. 어느 순간 기계처럼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트로트를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해도 된다는 사실이 편했어요. 그래서 얼굴도 좋아지고 무대도 좋아진 것 같아요. 아이돌을 포기하고 트로트로 전향한 게 후회는 되지 않지만 아쉽긴 해요. 조금 더 했으면 더 반응이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끔씩 '저 베스티 좋아했어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아직도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단순히 무대와 관련된 경험뿐만 아니라 앨범의 전체적인 콘셉트, 구성, 뮤직비디오 등 많은 부분에서 아이돌 활동이 도움이 됐다. 지난 정규앨범 '선데이혜연' 등의 발매 과정에서도 강혜연은 많은 의견을 냈다. 그동안 꾸준히 자신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 온 덕이었다.


"베스티 활동 때도 앨범을 준비하면서 '애들이 이런 옷이 잘 어울리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트로트 전향하고 1~2년 정도는 정신없이 끌려다녔어요. '미스트롯2'가 끝나고 앨범을 준비할 때 부터 의견을 반영했던 것 같아요. 대표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선데이혜연'의 콘셉트와 구성을 참여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다음 앨범은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게 됐어요. 평소에도 괜찮은 콘셉트와 뮤직비디오, 화보가 있으면 저장해 놓고 있어요."


이렇게 끊임없이 고민을 해온 탓일까. 새 앨범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강혜연은 다음 활동, 나아가 앞으로의 활동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강혜연은 "가을에 발매하고 싶은 곡이 있다"고 귀띔하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가을에 내고 싶은 곡이 있어요. 이번 앨범에 넣을까도 고민했는데 '가지마오'와 그 곡 모두 묻힐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 노래를 뺐어요. 곡은 잘 나와 있고 녹음만 하면 되는 상황이에요. 콘셉트와 앨범 디자인은 다 머리 속에 있어서 가을에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려고요. 사실 저는 디너쇼를 해보고 싶어요. 이번 활동 잘하고 9월 신보도 잘되면 올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디너쇼를 한다면 춤이나 뮤지컬적인 요소를 넣어 무대를 넓게 써보고 싶어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수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저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