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은 나눔과 소통의 문화" 세계시장 도전장 낸 농업인

'조은술 세종' 경기호 대표가 우리 전통주의 우수성을 얘기하며 '막걸리의 세계화' 전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요즘 전국 곳곳의 양조장 창업 추세를 보면 MZ세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현실이 녹녹치 않아 창업만큼이나 폐업을 하는 곳도 적지 않지만 막걸리, 증류주(소주 등), 전통주, 와인 등 자신의 기호를 쫓아 창업에 뛰어든 젊인이들이 많다. 양조업계에서는 1주일에 1개씩 새로운 양조장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술 만들기'가 나름 '로망(roman)'이 되고 있다.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한국막걸리협회 경기호 회장(조은술 세종 대표)은 이같은 새로운 분위기가 지난 몇 년간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막걸리산업을 육성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동시에 '막걸리 세계화'도 성큼 다가왔다고 했다.


경 회장은 15일 "이렇게 젊은이들이 술에 대해 알아가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을 보면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 막걸리를 찾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본다"며 "지난 달 막을 내린 '2023 K-막걸리 페스티벌 & 못난이 김치 페스티벌'에서도 우리 술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젊은이들이 엄청 많았다"고 했다.

'막걸리'의 위상은 최근 술의 한 종류에서 문화재급으로 격상됐다. 정부는 2021년 6월 15일 '막걸리 빚기'를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 144호로 지정했다. 막걸리 빚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문화주체로 인정한 결과다.

경 회장은 "막걸리가 국내에서는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전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 받는 술이 되려면 무엇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뒤따라야 한다"며 "MZ세대들이 양조산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맛과 스타일의 막걸리를 만들어 내는 걸 보면 그같은 소망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은술 세종'에서 생산하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의 술.

'조은술 세종' 경기호 대표가 '막걸리의 세계화' 전략을 소개하며 자신감에 넘친 표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 약주, 증류식 소주 등을 전통방식으로 제조하면서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끔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 왔다. 이를 위해 '유기농 율무 및 쌀 막걸리 제종방법' 등 다수의 특허를 확보했으며 유기가공인증(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술품질인증(한국식품연구원), ISO22000 인증 등 품질 고급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회사 이름인 '조은술 세종'은 세종대왕의 이름을 차용했다. 인근 초정리 물이 훌륭한 약수인데다 세종대왕이 심신 회복을 위해 이 곳을 자주 찾았다는 이야기에 '좋은 술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각오를 더했다.

1996년 설립된 '조은술 세종'은 지역의 유기농 쌀을 활용해 전통방식으로 약주, 탁주 등 전통주 50여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수는 물론 인근 8개국(싱가포르·대만·중국 등)에 수출해 우리 전통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우리쌀과 토종 효모로 만든 증류식 소주 '이도'는 2016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주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도'는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은 증류주로 세종대왕의 본명을 따 이름 지었으며 여기에는 오염되지 않은 재배환경에서 자란 농산물로 정성스럽게 빚은 '왕의 술'이라는 뜻이 담겼다.

경 회장은 술 제조에 앞서 인근 농가들과의 상생에도 적극적이다. 일반 쌀보다 30~40% 비싼 유기농 쌀로 전통주를 만들어 평소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청주지역 유기농 쌀 재배 농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유기농 밀을 활용한 주류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유기농업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유기농 밀 축제(13ha 규모)도 개최하고 있다.

또 홈술 문화와 전통주 인터넷 판매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다양해 지고 있는 점을 겨냥해 자체 부설연구소에서 과일 리큐르, 결혼식 선물용주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중이다. 밀키트 전문기업과의 공동상품 개발은 물론 환경을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인 '가치 소비'에 발맞춰 유기농 전통주 수출 확대에 힘쓰고 있다.

'조은술 세종'에서 생산하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

온·오프라인(CU,세븐일레븐,네이버 스마트스토어,쿠팡,11번가,티몬,군납 등) 직거래 유통을 확대하고 '찾아가는 양조장' 운영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우리 술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공장 견학은 최소 5인 이상으로 막걸리와 약주, 증류주 생산라인을 견학하고 현장에서 주류를 직접 시음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 전통주 강의를 듣고 막걸리 제조도 직접 할 수 있다.

경기호 회장은 "과거와 달리 우리 전통주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즈니스 수단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 전통주를 단순한 술이 아닌 서사와 나눔과 소통 그리고 신뢰의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도구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