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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동의 틱, 택, 톡]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기 전에

김재동의 틱, 택, 톡 머니투데이 김재동 기자 |입력 : 2017.02.1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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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편의점에서 경고그림이 부착된 담배 제품./사진= 뉴스1
서울 한 편의점에서 경고그림이 부착된 담배 제품./사진= 뉴스1


편의점에서 우연찮게 사든 담배갑에서 드디어 담배유해경고 사진을 마주쳤다. 코줄을 끼고 상의를 탈의한채 병상에 누운 환자의 모습. “뇌졸중의 원인 흡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라는 경고문구가 뒤를 이었다. 사진과 문구는 마치 영정사진이라도 된 듯 검은 사각테로 감싸여있었다.

지난달 23일부터 출고되기 시작한 담배유해경고 그림 삽입 담배를 이제야 만나는 건 오히려 다행일 수 있겠지만 실제 맞닥뜨리고 보니 대단히 불쾌하고 갑갑한 느낌이 든다. 거금 2000원 인상 당시의 금연 결기가 다시 불끈했다가 이내 종적을 감춘다. 당시의 실패가 안겨준 열패감 때문이다.

공초 오상순은 ‘나와 시와 담배’란 시에서 ‘나와 시와 담배는/이음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나와 내 시혼은/곤곤히 샘솟는 연기/끝없이 곡선의 선율을 타고/영원히 푸른 하늘 품속으로 /각각(刻刻) 물들어 스며든다’며 창작의 동반자로서 담배를 예찬했다.

소설가 김동인도 “백리(百利)가 있고도 일해(一害)도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며 “생각이 막혔을 때에 한 모금의 연초는 막힌 생각을 트게 하고 근심이 있을 때에 한 모금 흡연은 그 근심을 반감케 한다. 권태를 느낄 때에 한 모금 흡연은 그 능률을 올리게 한다. 피곤할 때에 한 모금 흡연은 그 피곤을 사라지게 한다. 더울 때의 흡연은 그에게 양미(凉味)를 주고 추울 때의 흡연은 온미(溫味)를 주고 우중에 떠오르는 연초 연기는 시인에게 시를 줄 것이며 암중(暗中) 연초는 공상가에게 철리(哲理)를 줄 것이며 꼽아내려 가자면 연초의 효용이라는 점은 수없이 많고 또 이 많은 조건이 결합해 인체에 끼치는 좋은 영향은 능히 사람의 수명에까지 좋은 결과를 줄 터이니, 연초는 가히 예찬할 자이지 금할 자가 아니다”며 담배의 ‘백리무해론’을 주창했다.

이들보다 앞서 정조때 이옥(李鈺;1760~1812)은 담배를 의인화해 지은 ‘남령전(南靈傳)’에서 숫제 전기를 쓰기도 했다. 이 가전체 작품에서 자가 ‘연(烟)’인 남령(담배)은 화공에 능해 영대(마음)땅의 도적 추심(秋心; 愁의 破字로 근심)을 불태워 물리치고 임금으로부터 청동화로 봉토와 누런 기름종이 옷(담배쌈지)과 철염(鐵奩; 담배 서랍) 집을 얻었다.

이렇게 지나간 사람들의 예찬에 100% 심정으로 동감하는 요즘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 등 4700여가지의 유해성분이 들어있다는 담밴데 특히 수명에 까지 좋은 결과를 줄거라는 김동인의 ‘백리무해론’은 말그대로 어불성설이다. 그저 “담배 끊으려고 스트레스 받느니 그냥 피는게 나아”정도가 흡연자들의 소심한 변명일 것이다.

의학적으로 담배의 중독성은 ‘한편으론 뇌를 흥분시키고 다른 한편으론 뇌세포간 정보전달을 방해해 진정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이옥이 ‘추심(근심)을 불태웠다’고 표현한 거나 김동인이 ‘근심을 반감케하고 피곤과 권태를 사라지게 한다’한 것은 담배의 진정효과일테고 오상순의 ‘시혼같이 샘솟는’이나 김동인의 ‘막힌 생각을 트게하는’ 등은 담배의 흥분효과가 제공하는 고양감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과학이 뇌에 작용한다고 보는 담배의 기능을 사람들은 보통 마음에 작용한다고 생각하며, 진정효과든 고양효과든 그 중요한 효용 하나를 ‘위안’이라고 받아들인다. 스트레스와 등가로 교환할 수 있는. 그래서 세상이 시끄러워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담배와 술의 소비량은 늘어나는게 아닌가.

하지만 학창시절 금연학교에서나 볼법한 불쾌한 그림과 사진들을 매 가치 피울때마다 마주치면서까지 ‘스트레스와 등가교환’이라는 담배의 효용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연. 흡연자에겐 수없이 반복되는 숙제. 버나드 쇼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새기기 전에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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