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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교착사회, 그리고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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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2019.06.14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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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교착사회, 그리고 성장
제부터인가 사회의 많은 일이 엉거주춤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되는 것도 아닌 상태에 놓여 있다. 시작은 했지만 결과를 내놓고 마무리하는 것도 아니고, 명확하게 포기나 중단을 선언하고 끝을 내지도 않은 상태로 놓여 있는 일이 점점 많아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상태가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분신이라는 극한적 선택과 희생을 치러가면서 진행된 택시업계와 렌터카 호출 서비스 타다의 갈등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탈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정치적 갈등으로 변모하여 지속된다. 모두가 개혁과 변화를 이야기했지만 정작 바뀐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심지어 공인인증서 역시 아직까지 인터넷 이용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해결되는 것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교착상태의 일상화가 2019년 대한민국의 모습이 되었다.
 
‘다이내믹 코리아’로 불릴 정도로 항상 역동적이었고 새로움과 변화에 익숙했던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교착국면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이 정치권의 대립구도가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저성장 국면의 지속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확산이 더 깊은 곳에 깔려 있다. 변화를 통한 혜택과 성과가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보다 변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 등 상황의 악화를 두려워하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 추세가 겹치면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제대로 된 노후준비나 보장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급속한 변화는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힘든 현실은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든다. 여기에 세대간 인식격차의 급속한 확대가 겹치면서 공통의 이해에 기초한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 대한민국을 개도국, 중진국, 선진국으로 바라보는 세대가 공존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 모습이다. 서로가 공유하는 가치가 없는 사회에서 세대간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졌으며 인구구조의 변화는 과거와 달리 변화를 원하는 젊은층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이 아니라 세대 간 사다리 걷어차기가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일단 형성된 교착상황의 타개는 쉽지 않다. 누군가의 희생과 양보, 외부 상황의 급작스러운 큰 변화 등이 있지 않고서는 변화보다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신뢰할 만한 중재자가 존재하지 않고, 대립하는 집단 간 상호 이해도가 낮으며, 문제해결을 위한 타협의 경험이 적은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우리 사회가 현재 겪는 문제의 핵심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있다. 커지는 파이 속에서 내몫을 키워가기보다 줄어들지도 모르는 파이 위에서 내몫을 지키겠다는 인식의 변화가 갈등과 교착상태를 가져온다. 성장이 느려지고 멈출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촉발한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결국 빠른 성장이다.
 
최고의 복지와 일자리대책 역시 성장이다. 잠재성장률 이하 수준에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평시라면 고려하지 않을 수단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인정하는 재정여력을 활용해 과감한 재정정책을 안정적으로 집행하고 부동산가격 상승이 무서워 꽉 막아놓은 금융에 숨통을 조금만 열어주면 성장의 사이클이 다시 가동되고, 그 결과로 교착국면을 빠져나와 다시 변화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아무리 크더라도 교착상태의 장기화가 가져오는 피해보다 작을 것이다.
 
교착상태의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기성세대가 아닌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효율과 균형이라는 명분 아래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키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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