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문재인, 아들 편식에 손찌검 결국…

문재인의 다른 이름은 김정숙(아내)의 남편, 그리고 '딸바보'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7일 대선출마 공식 선언 후 첫 행보로 토크콘서트 출연을 선택, 부인 김정숙씨, 아들 준용씨와 함께 무대에 올라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개인사를 풀어냈다.


문 고문은 이날 오후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스피치콘서트' 공연을 관람하고 후반엔 직접 출연해 딴지일보의 김어준, 가수 호란과 함께 한시간 넘게 대화를 가졌다.

문 고문은 이 공연을 기획한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문 고문 딸에게 동반 출연을 제의했다 거절당한 일화에서 이른바 '딸바보'임을 확인했다.

부인 김정숙씨는 자녀 양육기에도 문 고문이 딸에게 "뭐든지 다 괜찮다고 하니까 속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에 문 고문은 "딸한테는 꼼짝도 못하겠어요"라고 말해 공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웃게 만들었다.


탁 교수에 따르면 문 고문의 딸은 '아버지의 결정은 이해하지만 저에게도 가족과 사생활이 있다'며 출마 선언식 동행이나 콘서트 동반출연을 모두 거절했다.

문 고문은 "딸은 이미 제 딸일뿐 아니라 결혼해 남편도 있고 저에게는 손자인 소중한 아이도 있는데 마땅히 그 뜻이 존중돼야 한다"며 "여기에도 어딘가 있겠지만 찾지 마시고 사생활을 보호해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딸에게 한없이 자상하던 문 고문도 아들에게는 꽤 엄한 아버지였다.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때 편식을, 콩을 먹지 않겠다고 해서 그러지 말라고 하다가 아이가 대들고 하다보니 한 번 손찌검을 한 적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러나 그 때 후회 때문에 심지어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인문계였다가 미술대로 진로를 바꾸는 일도 다 받아들일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김어준씨가 '시대가 문재인을 (정치무대로) 호출했다'고 평가하자 "정치는 본인이나 가족, 주변 가까운 사람들을 참으로 고통스럽게 만드는 길이지 않나 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 옆에서 너무나 가까이서 생생하게 겪어봤다"며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치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만 하고 있기에는 시대상황이 너무 암울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기성정치에 잘 맞출 자신은 없지만 거꾸로 기성정치가 국민이 바라는 방향대로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감히 그 역할을 한 번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선출마를 계기로 문 고문의 가족도 공개석상에 나서 아버지이자 가장, 남편으로서의 문 고문을 설명했다. 특히 이 자리에선 문 고문을 쩔쩔매게 만드는 부인 김정숙 여사의 입담이 확인됐다.

부인 김씨는 "남편이 청와대 들어가서 아침마다 넥타이를 맬 때 '국가에 충성해야겠다, 자기 자신을 다잡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눈빛을 통해 보였다"며 "노무현 재단을 마치고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엄청난 일(대선출마 선언)을 저지르고 나니까 안타깝고 조마조마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그러나 "지지하시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편이 출마선언을 한 이상 투지가 생긴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문 고문은 부인 김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쓰고 읽었다. 그는 편지에서 "내가 그냥 평범한 남편으로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던 당신의 소박한 소망을 지켜주지 못하게 됐다"며 "이제 힘든 여정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지만, 결심한 이상 다 견뎌낼 자신이 있고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청와대 수석시절 부인의 백화점 출입도 금지하는 등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행사는 연극배우 김진욱, 정연주 전 KBS 사장, 시인 안도현씨 등이 저마다 자신이 꿈꾸는 나라와 바람직한 대통령상에 대해 말하는 '스피치' 순서와 안녕바다, 옥상달빛, 김C(김씨) 등의 '콘서트'로 번갈아 진행됐다. 그 마지막을 문 고문 가족의 토크로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