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동상이목(同想異目)] 달라진 세상, 옛날식 대응

머니투데이
  •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 2019.06.05 05:2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image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강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적벽대전에서 유비에게 패한 조조가 도망을 가던 중 부하들이 “길이 좁은 데다 새벽 비에 팬 진흙 구덩이에 말굽이 빠져 갈 수 없다”고 하자 조조가 “흙을 나르고 섶을 깔아 구덩이를 메우고 행군하라”고 호통을 친 데서 유래했다.

많은 CEO(최고경영자)가 난관극복을 다짐할 때마다 단골로 인용하곤 하는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수년 전 신년사에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 전회장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 아시아나항공 자율협약 졸업 등의 성과를 낸 동력으로 위기에 목숨을 거는 ‘견위수명’(見危授命), 그리고 봉산개도의 자세를 강조했다.

하지만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강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며 진격해온 금호아시아나는 이제 ‘아시아나’란 이름표를 떼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시아나항공은 ‘하늘길’이라 길도 못 만들고, 다리도 놓지 못한다는 ‘웃픈’ 말에 공감이 간다. 목숨을 걸고라도 위기를 헤치고 싶었을 테지만 더 이상의 진격은 ‘아름다운 비행’과는 거리가 멀다.

아무리 흙을 퍼나르고 섶을 깔아도 메울 수 없는 구덩이는 다름아닌 ‘달라진 세상’이었다.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기극복 의지 자체를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결과론이지만 기업을 보는 눈이 바뀌고,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와 시스템이 달라지고, 직원들도 고객들도 다 변하는 상황에서 ‘목숨을 거는 자세’ ‘삽으로 흙을 퍼나르는 우직함’은 올드패션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직접적 발단이 된 '감사의견 한정' 사태 역시 억지로 길을 만들고 다리를 놓으려 하다가 일을 키운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과거같으면 클라이언트(기업)의 요구에 한번쯤은 귀를 기울였겠지만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지켜본 회계사들이 호락호락 할리 없다. 윗선을 통한 '공중전'도 예전같지 않다. 이미 '예상된' 결산수치가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확 나빠진 회계를 다시 보고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기 보다는 차라리 내가 죽을 수도 있는 '회계 결전'을 택했을 수도 있다. 충성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불충'이 된다. 지금 돌이켜보니 빠져나갈 기회가 분명히 있었다는 한탄이 나올 지도 모른다.

최근 재계 안팎에서 회자되는 이슈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세상이 달라졌는데 소위 측근으로 대변되는 경영진의 면면, 의사결정과 대응방식 등이 ‘올드’해 후유증을 겪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재계는 이미 창업주와 2세에 이어 3~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선 곳이 늘고 있다. 공정위가 올해 발표한 대기업집단 상위 20곳 중 삼성, LG, 롯데, 한진, 두산 5곳의 동일인(총수)이 최근 3년 새 달라졌다.


총수 자리에 오르는 ‘동일인’들은 누구나 급변하는 패러다임에 맞는 변화와 혁신,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외친다. 하지만 크면서 보고 배운 게 비슷해서일까. 그 방식은 어딘가 새롭지 않다. 일부는 아주 ‘올드’한 느낌이다. 이들에게 감히 권하고 싶다. 달라진 세상, 급변하는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다면 선대(先代)의 경영철학까지도 과감히 버리라고.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띠운세
  • 별자리운세
  • 날씨
  • 내일 뭐입지
메디슈머 배너_슬기로운치과생활 (6/28~)
남기자의체헐리즘 (1/15~)
블록체인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