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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운칠기삼(運七技三)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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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03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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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사가 노력이나 재능보다는 운에 좌우된다는 다소 냉소적인 표현이다. 오랜 세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온 옛 어른들의 지혜가 담긴 말 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말 운칠기삼에 근접하는 사회가 있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는 운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면 노력할 필요도, 재능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 매일 가만히 앉아 대운이 터지길 기다리는 것이 낫다.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재앙이 닥치지 않기만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 사회는 발전하기 어렵다.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땀 흘려 노력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여 미리 준비하는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 노력은 아무 소용없고 모든 것이 운에 달려있는 사회에 발전이 있을 리 없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국민들 개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들마다 운칠기삼이 득세하는 듯 보여 안타깝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열심히 일하고 재능을 발휘해 돈 많이 벌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누구나 바라는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희망사항들의 각 단계마다 운칠기삼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듯 보인다. 아니 어떤 단계는 운의 비중이 훨씬 더 높을 수도 있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들어가는데 부모찬스라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이 알려져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문제가 불거진 후 입시와 취업에서의 운칠기삼을 바꿔보려는 제도개선들이 있었다. 이를 통해 정말 운의 비중이 줄어들었는지 앞으로 좀 지켜봐야 한다. 최근 몇 년 간 우리 사회의 핫 이슈였던 부동산가격 폭등도 운칠기삼 사회 만들기에 크게 한 몫 했다. 인생의 성공은 열심히 일하고 재능을 발휘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동네에 집을 사는데 있다는 뼈저린 교훈을 우리에게 심어주었다.

직장에서의 승진, 기관장 임명 등에도 지연․학연 등 온갖 인맥이 동원되어 실력보다는 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오죽하면 운칠기삼을 넘어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전부 운이라는 것이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조직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 갈 것이고 그런 조직들로 이루어진 나라의 앞날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다기해지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각종 이슈들이 새로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국정을 운영하는 분들은 머리가 아프다. 국정운영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기준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운칠기삼이 작동하지 않게 해보자는 것도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 성공, 재산 등을 좌우하는 중요한 이슈들에서 운의 비중을 줄여주고 기의 비중을 높여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가 활력을 찾고 발전해 갈 수 있다. 또 그렇게 되어야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에 담겨있는 속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제공=금융연구원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진제공=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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