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된 넥슨 총수 승계작업...6조 상속세 폭탄처리, 고배당 유력

고 김정주 NXC 이사. /사진=넥슨

넥슨 창업자인 고 김정주 NXC 이사의 유족이 결국 보유지분 상속을 택했다. 이에 따라 6조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를 세무당국에 납부하기로 하고, 최장 10년에 걸쳐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NXC지분을 담보로 저금리 엔화대출을 받는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의 적극적인 배당 확대도 가시화되고 있다.
고 김정주 이사 보유지분 67.49% 상속…평가액만 10조원 이상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 김정주 NXC 이사의 유족은 고인이 생전에 보유했던 NXC 지분 67.49% 등에 대한 상속세 연부연납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세무당국에 제출하면서 일부 세액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 규모는 6조원대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넥슨의 지주사인 NXC 지분은 고 김정주 이사가 67.49%, 배우자인 유정현 NXC 감사가 29.43%, 두 자녀가 각각 0.68%씩 보유했다. 유가족이 내야 할 상속세 대상은 김 이사의 NXC 지분과 일부 부동산 등이다. 다만 NXC 지분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김 이사가 보유한 지분 평가액은 10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속세법)에 따르면 최고 상속세율은 50%인데, 최대주주의 주식 등에 대해서는 20%를 더 가산하도록 돼있다. 이 경우 6조원대의 상속세가 예상된다.
삼성그룹에 이은 역대 2위 상속세, 일본 금융권 저리대출 예상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이 같은 상속세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 과정에서 삼성가 유족들이 낸 12조원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삼성의 경우 5년 연부연납 방식을 택한 뒤 보유 현금과 주식 배당금, 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다. 고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전 라움미술관 관장은 지난해 10월 5일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 주식 1994만1860주를 처분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58,500원 ▲200 +0.34%) 사장은 같은 날 삼성SDS 지분 150만9430주를 처분키로 했으며,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생명 (88,900원 ▼6,100 -6.42%) 지분 345만9940주와 삼성SDS 지분 150만9430주를 팔기로 했다.

넥슨그룹의 경우 유가족들이 보유한 재산은 NXC 지분 외에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넥슨 등 계열사 지분 부분매각을 통한 상속세 납부를 거론하지만, 이 경우 유족에게 돌아가는 매각대금은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 NXC 관계자 역시 "현재 계열사 지분 매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남은 방안은 현재 보유한 NXC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납부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일본 금융권에서 저리 대출을 받는 방식이 거론된다. 넥슨이 일본 상장사인 점도 일본에서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10년간 연부연납 가능…넥슨 고배당정책 기대

넥슨 판교사옥 전경. /사진=넥슨

아울러 올해부터 연장된 연부연납 방식도 유가족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지난해까진 연부연납 최장 기간이 5년이었다. 이에 삼성의 경우 상속세 신고기한 내에 6분의 1을 납부하고, 그 이후 5년간 매년 6분의 1씩 동일 금액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상속 작업을 진행했다.


넥슨의 경우 올해부터 10년으로 늘어난 연부연납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지난달 말까지 상속세의 11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낸 뒤, 앞으로 10년간 매년 같은 금액을 납부하면 된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도 한 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선 적극적 배당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LG (81,000원 0.00%)그룹의 경우 상속 이슈가 불거지자 2015~2017년 유지해오던 주당배당금 1300원을 2018년 2000원으로 높여 역대 최대 규모인 3517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늘려 상속세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을 갚는 건 통상적인 방식으로, 넥슨이 지금처럼 꾸준히 영업이익을 낸다면 유족이 굳이 NXC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고배당 정책이 이어진다면 단기적으로 넥슨의 주가 역시 기대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