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구스타프 말러(1860~1911년)의 서정 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는 독일 시인 리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어린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이 절절히 표현됩니다. 바리톤 가수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부르는 이 노래는 애간장을 녹입니다.

노래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곧잘 그들이 잠시 밖에 나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곧 돌아오리라. 화창한 날이다. 그들은 좀 더 먼 산책을 나갔을 뿐이다. 지금쯤은 집으로 돌아오고 있을 것이다."


밖으로 나가는 아이를 잡지 못한 자책과 회한도 드러납니다. "이런 날씨에 이렇게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씨에는 애들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어야 하는데."

결국 체념한 채 스스로 위로합니다. "그들은 쉬고 있다. 마치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듯이. 더이상 태풍에 놀라지도 않는다. 하느님의 손길이 지켜주는 속에 그들은 쉬고 있다."

마을 사람이 죽으면 교회에서 종이 울렸습니다. 그날도 교회 종이 울렸습니다. 누가 죽었는지 궁금해서 아이를 보내 알아보려다 그만둡니다. 그리고는 그 종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 울린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다른 사람의 죽음이지만 시간을 확장해서 보면 그것은 곧 자신의 죽음이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부정하고 싶지만 죽음에도 내 차례가 오고 맙니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게 아니고 삶의 일부로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몸이 영원히 젊고, 우리의 사랑이 영원히 유지되고, 우리의 재산이 영원히 안전할 것이라는 미망에 빠져 삽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집니다. 죽음은 우리의 가족과 친구는 물론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도 찾아옵니다. 그럴 때면 우리의 몸은 충격적인 모욕을 겪고 달리 어떻게 해볼 수도 없게 됩니다. 죽음은 늘 삶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삶은 본래 이런 것입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평생 수양해 도를 터득한 인생의 고수들조차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그들도 죽음 앞에서 주체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겪습니다. 다만 고수들은 그것을 우아하게 받아들일 뿐입니다.

불행하고 아주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게 인생이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무섭고 끔찍해도 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상처를 응시해야 합니다. 또 많이 아프더라도 불행을 서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불행을 이야기할 때 불행과 거리를 두게 되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떤 말과 글과 노래도, 어떤 진리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부드러움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과 세상이 가진 그 엄청난 회복 탄력성을 믿어야 합니다. 시간 앞에서는 뼈를 깎는 고통조차 풍화되고 만다는 사실도 잊지 말고요. 인생의 최종 승자는 늘 고통, 괴로움, 슬픔, 불행, 분노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이태원에서 쓰러져간 청춘들을 마음 깊이 애도합니다. 그 가족들이 안과 밖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평안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