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궈 짜요!" 매크로에 뚫린 다음, 총선 앞두고 여론조작 '촉각'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스포츠 응원 댓글이 매크로 프로그램에 뚫렸다. 한국과 중국의 축구 경기를 두고 중국측 응원이 압도적으로 많아지자 "중국인들이 국내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치권에서도 다음이 여론 왜곡을 방치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 (46,450원 ▼350 -0.75%)는 스포츠응원클릭 외의 다른 서비스는 로그인 기반으로 운영되기에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포털 뉴스 댓글의 '여론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날선 눈초리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응원 IP는 '일본·네덜란드' 2대의 PC가 해외 응원 99.8% 채워카카오는 지난 1일 아시안게임 축구 관련 다음 응원클릭 논란에 대해 2개의 IP가 매크로를 이용해 대부분의 클릭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4일 밝혔다. 카카오 조사 결과 약 3130만건의 클릭 응원 중 한국 클릭 응원이 6.8%(211만건), 중국 클릭 응원이 93.2%(2919만건)로 집계됐다.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건 중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건)였다. 해외 IP 응원 수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차지했다. 2개 IP의 클릭 비중은 네덜란드 79.4%(1539만건), 일본 20.6%(449만건)이었다. 이용자가 적은 심야시간대에 2개의 IP를 활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응원 여론을 사후 조작한 셈이다.

카카오는 논란이 일자 2015년 도입한 응원클릭 서비스를 즉시 중지하고,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자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또 서비스 전반에서 일어나는 부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하기로 했다. 또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남자축구 4강전 응원클릭 게시판도 닫았다. 해당 게시판은 폐쇄 전까지 우즈베키스탄 응원이 95% 비율로 압도적이었다.
여론 조작, 축구 응원에만 그칠까

자신이 다음 축구 응원클릭 결과를 조작했다고 인증하는 네티즌. /사진=디씨인사이드 캡처

카카오의 해명에도 불구, 다음에 대한 불신의 시선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동안 선거철마다 뉴스 댓글을 통한 여론전이 빈발했고, 이에 대한 플랫폼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특히 중국의 댓글부대인 '우마오당'이 각종 뉴스 댓글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다. 축구 응원클릭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듯이, 댓글 여론전도 특정 세력의 입맛대로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포털 뉴스 댓글 작성시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자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중국 또는 북한 내의 여론선동 세력이 포털 사이트에 침투해 다양한 댓글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국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 모두 회원가입 요건에 국적 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또 IP별 국적을 표기한다 하더라도, VPN(가상사설망)을 사용할 경우 걸러낼 방법이 없다. 이번 다음 축구 댓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쓴 사용자는 국내에서 VPN을 통해 네덜란드와 일본 IP로 우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축구경기 당일 디씨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는 해당 사용자가 2대의 PC를 이용해 중국 응원 클릭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실시간 인증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로그인 기반 뉴스 댓글은 과연 안전할까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018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다음은 로그인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뉴스 댓글의 경우 매크로프로그램 적용이나, 무제한 클릭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다음 로그인은 카카오 아이디 기반으로 진행되는데, 개인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인증을 받아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네이버 역시 유사하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진 포털 ID의 비밀번호가 유출될 경우 이를 통한 로그인을 막기는 힘들다. 실제로 다크웹이나 해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바이럴마케팅 업체 등을 노린 포털 ID 대량 매매 게시물이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주로 농협이나 KT 등 해킹에 따른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 당시에 빠져나간 정보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댓글 옆에 국적 표기를 하거나 IP 위치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과거 드루킹의 킹크랩 사태에서 보듯이 다량의 국내 ID를 보유한 집단의 여론 조작을 막는 건 한계가 있다"며 "여론 조작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매크로 댓글작성 등을 막는 기술적 조치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