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풀릴 20조 정부 통장에만…1분기 '역성장' 이유 있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15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부처 합동으로 '생활SOC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총 30조원을 투자해 도서관, 체육관, 보육시설 등 생활밀착형 SOC(사회간접자본)를 획기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지난 1분기 시중에 풀려야 할 예산 약 20조원의 상당부분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묶여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우리 경제가 10년래 최악의 성장률 성적을 받아든 데는 이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미스매치'가 있었다.

8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중앙정부의 재정 집행실적은 중점관리대상 예산 291조9000억원 가운데 94조4000원에 달한다. 집행률 32.3%는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집중관리대상 예산 280조원 중 87조원(31%)을 집행한 것과 비교하면 7조4000억원이 늘었다. (☞관련기사: <"무조건 써라"…지침도 없이 지자체에 내려보낸 3조원)


중앙정부 집행실적을 분야별로 보면 일자리사업은 총 13조4000억원 가운데 38.9%에 해당하는 5조2000억원이 집행됐다. SOC(사회간접자본) 분야에는 총 42조9000억원 중 12조3000억원을 집행, 집행률이 28.7%로 나타났다. 동네별로 문화시설, 체육시설 등을 건립하는 '생활SOC'는 8조6000억원의 예산 중 34.7%에 해당하는 3조원이 나갔다.


중앙정부가 곳간을 시원하게 열어 젖혔지만 이를 받아 실사업에 써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우왕좌왕했다. 중앙정부는 출납기준으로 집행률을 잡지만 실제 사업에 투입되는 실집행은 지자체 등이 돈을 써야 이뤄진다. 돈 푸는 쪽과 돈 쓰는 쪽의 손발이 맞지 않아 국민혈세 수십조 원이 갈 곳을 잃은 것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을 절반(48.7%) 가까이 보조받는다. 1분기 지방정부 집행률은 24.4%에 그쳤다. 관리대상 205조원 가운데 50조원을 썼다. 행정절차가 늦어지면서 지난해 1분기보다 1조2000억원(1.9%포인트)이 줄었다.


실집행 실적이 부진한 대표적 사업은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가 야심차게 기획한 생활SOC 사업이다. 이들 대부분이 신규사업이다보니 사업설계, 공모 등 사업준비 단계에 그친 경우가 많다. 투입된 재정을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실집행으로 잡힌다.

기획재정부는 1분기 중앙정부가 내려보낸 생활SOC 예산의 30% 정도만 실집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실집행률이 급격히 떨어져 1분기 재정이 성장에 기여한 비율이 마이너스 0.7%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지난해 초과세수로 지방에 더 내려보내야 하는 돈까지 중앙정부에 묵혔다. 정부는 지난해 세계잉여금 25조400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10조5000억원 가량을 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금으로 지방 재정에 투입했다. 하지만 돈이 실제 지방에 내려간 때는 지난달 초다. 10조원 넘는 돈이 1분기 전후로 넉 달 넘게 창고에만 보관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