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미등록 영아 사건, 부끄럽고 죄송…출생신고제 법안 조속히 처리"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23.

최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 유기·사망 사건과 관련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책임있는 공당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입법 노력을 약속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생 신고조차 안 된 신생아 수가 2000명이 넘고 그 중 살해되거나 유기된 사례가 있었단 사실이 밝혀졌다"며 "너무나 슬프고 충격적인 일로 대한민국의 수치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책임있는 공당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모든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탄생하는 순간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게 국가의 존재 이유고 헌법 정신"이라며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회의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당국은) 신속히 실태를 파악해 달라. 당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입법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는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경우에 출생신고가 누락되지 않게 출산통보제 관련 법안과 함께 출생정보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경우 의료기관에서 익명 출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며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해당 지방자치체장에게 의무 통보하고, 지자체장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자에 대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이 사실을 기록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부가 지난해 제출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박 정책위의장은 국가 차원의 아동양육 보호체계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현행 민간양육시설 중심의 보호체계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베이비박스 등 유기 아동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고아수출국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국가가 부모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립 아동보호시설을 신설해 보호대상 아동 중 심리·정서 치료가 필요한 학대피해 아동이나 장애아동 등에 대한 보호치료 서비스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당은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긴급 구성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 근본적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빨리 처리하도록 독려하겠다. (더불어)민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만 쟁점 사안이 있는데 보완하면서 빨리 처리해 국민 우려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직접 등록하는 출생통보제와 임산부가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의 위험을 막기 위해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보호출산제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하겠다"며 "이번에 확인된 2200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도 독려해 '미등록 갓난아이의 비극'이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적었다.

한편 감사원은 전날(22일)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과정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에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유아 2236명 중 23명에 대한 표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최소 3명이 숨지고 1명은 유기가 의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