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선 투표용지 일일이 확인 수개표 소식에 뿔난 공무원들

[과천=뉴시스] 황준선 기자 = 노태악(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5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종합상황실 개소식에서 투표지 분류기를 점검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1.15.

정부가 오는 4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투·개표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전부 확인하는 수개표 검사를 추진키로 하면서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 공무원들은 선거사무 수당 현실화부터 장기적으로는 선거시간 단축 등을 제안했다.

19일 전국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전공노는 지난 18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사무 종사자의 처우 개선과 수개표 방식 도입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선관위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부정 투·개표 의혹이 지속 반복되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수 수개표를 도입하고, 투표함과 투표용지에 대한 접근 권한을 공무원에게만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선거사무에 동원되는 지방공무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선거사무는 투표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투표 사무와 투표가 끝난 이후 이뤄지는 개표사무로 나뉘는데 지난 대선에선 이와 같은 선거사무에 약 32만여명의 지방공무원이 동원됐다.

투표사무에 동원되는 공무원의 경우 투표가 시작하는 오전 6시보다 1시간 정도 더 일찍 출근해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 정도까지 근무하고, 개표 사무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의 경우 보통 오후 3시부터 개표가 끝날 때까지 업무에 동원된다. 개표의 경우 투표참관인들의 의견에 따라 밤샘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선관위는 실제 수개표가 이번 총선에서 이뤄지면 다음날 오후까지 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독 선거사무에 공무원만 동원된다는 점 역시 공무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사무원은 각급학교의 교직원과 은행원, 투표사무를 보조할 능력이 있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거사무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장에선 젊은 공무원들의 불만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공무원들은 선거사무에 걸맞은 수당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공노에 따르면 정당이 추천하는 투표참관인이 6시간에 10만원을 받는 반면 공무원과 일반인이 위촉되는 투표사무원은 14시간에 13만원에 불과하다. 전공노는 현재 투·개표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의 적절한 수당이 약 21만원이라고 보고 있다.

전공노 내부에서는 선거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제안을 검토중이다. 현재 투표시간은 선거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12시간인데 이를 대만과 비슷한 8시간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요구다. 다만 투표시간 조정은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전공노 관계자는 "수개표가 이뤄질 경우 훨씬 더 많은 업무량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수당인상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선거는 사전투표 기간까지 두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투표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