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계 '젊은 피' 엑디즈 "새로운 시도가 우리 개성"[인터뷰]

/사진=JYP

최근 K팝 신의 특징 중 하나는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는 점이다.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건일, 정수, 가온, 오드, 준한, 주연 이하 엑디즈)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엑디즈 스스로도 밴드 열풍을 타고 싶다는 바람을 솔직하게 전해왔다. 다만, 시류에 편승하기 위해 자신들의 개성마저 잃어버리지는 않겠다는 단단한 마음가짐도 함께 전해왔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30일 정규 1집 'Troubleshooting'(트러블슈팅)을 발매한다. 앨범 발매를 앞둔 지난 23일, 엑디즈는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며 이번 앨범과 앞으로의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2024년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번 앨범은 지난해 10월 발매한 미니 4집 'Livelock'(라이브록) 이후 약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새 앨범이다. 또한 엑디즈가 데뷔 약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첫 정규 앨범을 들고나올 수 있어서 기뻐요. 저희가 평소에 들고나오던 수보다 많은 10곡으로 앨범을 꽉 채웠어요. 장르도 여러 가지가 있고, 여러 스토리가 있어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오드)


"자부심을 느끼는 앨범이에요. 심혈을 기울인 만큼 많은 분들께서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위로가 필요하신 분께는 위로를, 에너지가 필요하신 분께는 에너지를 드리고 싶어요."(건일)



가상 공간 ♭form(플랫폼)에 여섯 멤버들이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는 세계관을 가진 엑디즈는 데뷔 앨범부터 꾸준히 프로그래밍 용어를 앨범 타이틀로 채택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역시 마찬가지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과부하', '교착상태', '무한 반복' 등의 뜻을 가졌던 앞선 앨범 타이틀과 달리 '문제 해결'이라는 뜻을 가진 이번 앨범은 엑디즈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상 세계를 벗어나 현실 세계로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용어에서 가져왔는데 '문제 해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저희가 플랫폼 세계관에서 발생하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앨범은 플랫폼에서 벗어나 진짜 현실 세계로 나아가는 스토리를 담았어요."(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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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같은'은 어수룩했던 과거의 나와 친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팝 펑크 장르의 노래다. 시원하게 터지는 밴드 사운드에 캐치하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더해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만의 음악 컬러표에 또 하나의 색상을 추가한다. 멤버 전원이 타이틀 곡 작사에 참여했지만, 그 시작은 준한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자체 제작으로 저희 머리에서 나온 노래예요. 솔직한 내용이 담겨서 만족스러워요. 지난 앨범에서 추상적이고 외면적인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내면에 집중한 것 같아요."(가온)


"처음 작업할 때는 '어떻게 말해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같은 나를'이라는 키워드에서 시작했어요."(준한)


"저희가 다 같이 모인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었어요. 그리고 준한이는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는데 처음 봤었을 때 수줍음도 많고 부끄러움도 많아서 당황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준한이가 마음을 열게끔 노력했고 마음을 열어줘서 고마운 친구예요. 그래서 준한이가 가사 초안을 보여줬을 때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준한이의 모습이 담겨있더라고요. 저희도 거기에 엉겨 붙어서 서로의 이야기를 조금씩 채워 넣는 식으로 마무리했어요."(주연)


지금의 노랫말이 완성되기까지 타이틀곡의 가사 시안이 400개나 존재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엑디즈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던 건 박진영 JYP 프로듀서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가사를 확정하기 전에 PD님과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PD님이 '곡이 좋으니 가사에는 너희 이야기가 담겼으면 좋겠다. 너희는 너희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멋있는 친구들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귀기울여 가사를 썼는데 준한이가 타이틀곡 키워드를 냈고 PD님께 다시 보내드렸어요. 저희 이야기가 담겨서 정말 좋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어요."(건일)


"저희도 전해 들었는데 예전에 'K팝 스타'에 출연하셨을 때 눈길이 가는 참가자가 있으면 아빠 미소를 지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번에 저희 곡을 들을 때 그 아빠 미소를 지었다고 전해 들었어요."(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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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티스트에게 정규 앨범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에 따른 부담감 역시 다른 앨범에 비해 더욱 컸다. 엑디즈 역시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에요. 첫 정규 앨범이고 연차가 쌓여가면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욕심을 긍정적으로 활용했어요. 10곡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건일)


"저희 나름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한 챕터를 마무리할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지금 정규 앨범을 발매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만의 색깔이 담긴 노래부터 서정적인 노래까지 많이 있어 이번 앨범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정수)


2021년 12월 디지털 싱글 'Happy Death Day'로 데뷔한 엑디즈는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꾸준하게 성장했다. 멤버들은 스스로 성장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효율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저희가 밴드인 만큼 합주에 대한 시간을 녹여내는 게 중요해요. 한 곡 한 곡 완성해나가는 시간을 보면 점점 단축되고 있어요. 그렇다고 퀄리티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개인의 피지컬도 성장한 것 같아요."(주연)


"일단 효율적으로 시간을 다루는 능력이 향상됐어요. 주연이 말처럼 합주도 그렇고 작곡이나 다른 활동에 있어서도 적은 시간에 고효율을 뽑아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또 무대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어요. 유럽 투어, 아시아 투어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진심을 담아서 무대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2~3년 전 영상과 비교해 보면 정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떠올라요."(가온)


"이번 앨범 수록곡 'Mony On My Mind'가 다른 트랙을 작업하다 자투리 시간에 쓴 곡이에요. 앉은 자리에서 20~30분 만에 완성했어요. 그 곡이 정규 앨범에 실린다는 말을 듣고 그동안 우리가 빠르게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정수)


"인간적인 면모도 성장한 것 같아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성인 여섯 명이 모였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많고 부딪히는 부분도 많았어요. 경험도 쌓이고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알게 됐어요. 거기서 나오는 시너지와 에너지가 음악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아요."(오드)


소속사 선배 데이식스를 필두로 다양한 밴드들이 음반을 발매하고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한동안 외면받았던 밴드 음악이 다시 K팝 팬들에게 선택받기 시작한 것이다. 엑디즈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겼다.


"선배님들이 잘해주신 덕분에 밴드 붐이 일어나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저희도 2년 동안 나름 쌓아왔다고 생각해요. 밴드 붐이 터질 때 저희 음악을 한 번 들어주시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가온)

/사진=JYP

"밴드 붐에서 무언가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체, 밴드 붐 열풍의 일환이 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에요. 존경하는 수많은 밴드처럼 멋진 밴드가 되고 싶어요. 저희가 밴드계의 '젊은 피'다 보니 새로운 시도들, 다양한 도전을 아낌없이 해내면서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건일)


다만, 단순히 밴드 열풍에 힘입어 자신들의 색을 잃어버리는 것은 경계했다. 엑디즈가 밝힌 자신들의 가장 큰 장점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 다양한 시도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그 어떤 선배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밴드 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조급하게 빨리 무언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재미있게 멋진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러면서 한 계단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건일)


"음악적으로 봤을 때 저희는 새로운 걸 시도하고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았던 걸 시도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들었던 해외 팝, 해외 록이 반영돼서 그런지 그쪽 문화를 즐기시는 분이나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저희 음악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가온)


"상황별로 좋아해 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저희가 많은 시도를 한 만큼 여러 장르를 담고 있거든요. 강렬한 음악은 물론 신나는 곡, 발라드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오드)


이렇게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멈추지 않기 때문에 엑디즈가 앞으로 보여줄 음악에도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가상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로 넘어온 엑디즈는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알리겠다는 포부와 함께 앞으로 더욱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번 앨범에는 저희가 지금까지 해온 액기스, 정수를 담았어요. 모든 힘을 끌어모은 앨범이고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담은 앨범이에요. 가장 기대가 되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앨범을 통해 많은 분들께 알려지고 싶어요."(가온)


"이번 앨범을 통해 플랫폼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나가는 이야기를 담았잖아요. 그런 만큼 지난번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희를 가둬놓았던 세계를 벗어나 무궁무진한 현실 세계에 나가는 만큼, 저희 음악에도 접목시켜 더욱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건일)


엑디즈의 새 앨범은 30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