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만기 변동성 유도 위해 사제폭탄 터뜨렸다"(종합)

지난 12일 발생한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폭발 사건 용의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최근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발생한 부탄가스통을 이용한 '사제폭탄 폭발사건'의 용의자들은 옵션만기일 주식시장 혼란을 노려 '대박'을 꿈꾼 '치기어린'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풋옵션에 베팅한 뒤 사제폭탄을 터뜨려 주식시장의 하락을 유도해 거액을 챙기려는 심산이었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오전 부탄가스통에 디지털 타이머를 연결한 사제폭탄 2개를 서울역과 강남터미널 물품보관함에 투입한 뒤 폭발시킨 김모씨(43) 등 3명을 붙잡아 조사한 결과, 주식투자 실패에 따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채 옵션만기일 투자 변동성을 유도하기 위한 범행으로 여겨진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인들로부터 3억300만원을 빌려 코스피200옵션에 투자해 올해 3월 만기일에 모두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빚독촉에 시달린 김씨는 주식거래 실패에 따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옵션만기를 노린 범행을 계획했다.

김씨는 지난 4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이모씨(36)와 박모씨(51)를 만나 이씨에게 폭발용 타이머를 구입토록 했다. 박씨는 물품보관함에 사제폭탄을 투입키로 공모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친구로부터 추가로 5000만원을 옵션만기일 전인 11일 빌린 뒤 풋옵션에 베팅했다. 만기일인 12일 폭발사건이 발생하면 만기일 변동성이 커지면서 '풋옵션 대박'을 노린 행동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풋옵션은 주가가 떨어지면 이득을 얻는 구조다.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부탄가스통을 악용한 폭발물 제조법을 습득한 것으로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상정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김씨는 현재 미혼으로 고교 졸업 이후 특수강도로 4년간 복역했으며 지난해 7월 출소했다"며 "정치적 테러나 대공용의점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주범격인 김씨는 천호대교와 한강고수부지에서 빌린 소나타 승용차에서 폭발물을 제조했다"며 "이후 보관함에 폭발물 설치역할을 맡은 박모씨에게 사제 폭발물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폭발 잔해를 소거해 분석한 결과 시한폭발 역할을 한 디지털타이머가 경기도 파주소재 H사 제품인 것을 확인한 뒤 H사를 방문, 구입한 인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난 4일 휴대전화로 H사 대표에게 전화한 '재료 구입책' 이모씨를 검거했다.

이후 이씨를 설득한 끝에 경기도 양평에서 범행을 설계한 김씨를 붙잡았고, '폭발물 설치책' 박씨도 유인해 검거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재료 구입책' 이씨와 '폭발물 설치책' 박씨는 주범 김씨와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이씨는 아는 후배로부터 소개받았고, 박씨는 강원도 정선에 거주하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의 진술에 다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추가 수사를 할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출소한 김씨가 주식과 옵션투자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지 여부와 △출소한 지 얼마되지 않아 3억300만원과 5000만원을 쉽게 빌릴 수 있었는 지 여부 △증권계좌 보유 여부 등을 정밀 수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씨가 처음에는 "자신에게 투자한 투자자들이 '실패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더니 죽지도 않고 폭발물도 못 터뜨리느냐'는 비아냥에 흉내나 내보는 심정으로 폭발물을 제조했다"고 말하는 등 진술의 일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점에 주목해 추가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